김홍이기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사회대개혁위원회는 7월 9일 오전 10시 사회대개혁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소비자 피해구제 및 권리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가습기살균제 참사, BMW 차량 연쇄 화재처럼 반복되는 대규모 소비자 피해 앞에서 현행 개별소송 중심 체계만으로는 피해구제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집단소송법 제정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어떤 방식을 도입할 것인가에 대해 소비자 보호와 기업 보호의 관점에서 참여 방식, 적용 범위, 대표당사자와 원고적격, 증거개시, 소송비용 등 제도 설계 논의가 이어졌다.
첫 발제를 맡은 조연성 사회대개혁위원회 경제·민생분과 위원(덕성여대 교수)은 집단소송제를 단순한 소송제도가 아니라 시장 신뢰를 높이는 제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 소비자 피해가 플랫폼 거래, 개인정보 처리, 디지털 금융, 제조물 안전 등 여러 영역에서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며, 집단소송제가 권리구제 공백을 줄이고 기업의 품질관리와 내부통제를 유도하는 “신뢰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소비자 피해를 방치하면 신뢰 하락과 반복 분쟁, 규제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집단소송제가 기업의 위험관리 체계를 사전 예방 중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집단소송제가 소액·다수 피해에서 발생하는 권리행사 공백을 줄이고, 동일 쟁점이 반복 소송되는 사회적 비용을 낮추며, 기업이 외부화해 온 피해 비용을 의사결정 안으로 되돌리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심제원 변호사(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는 박균택 의원 대표발의안을 중심으로 집단소송법의 주요 쟁점을 짚었다. 심 변호사는 집단소송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히 옵트아웃 방식 도입과 증권 분야에 한정됐던 적용범위 확대를 강조했고, 대표당사자를 누구로 할지 등 원고적격 문제를 강조했다.
옵트아웃은 소송에서 빠지겠다고 밝히지 않으면 피해자 전체에 판결 효력이 미치는 방식이다. 심 변호사는 소액·다수 피해의 경우 피해자들이 일일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히기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 권리구제를 위해서는 옵트아웃 방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개인정보 유출, 제조물 결함, 환경 피해, 금융소비자 피해 등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는 만큼, 집단소송의 적용범위를 증권 분야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심 변호사는 대표당사자의 원고적격 문제도 다루었는데, 원고적격의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소송을 진행하는 방식이 강점이 있다고 짚었다. 대표당사자는 피해자 전체를 대표해 소송을 이끄는 사람이고, 원고적격은 누가 소송을 낼 수 있는지를 뜻한다. 그는 특히 옵트아웃 방식에서는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판결 효력이 미칠 수 있는 만큼, 집단 전체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표할 수 있는 주체를 어떻게 정할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집단소송이 허가되더라도 패소 시 대표당사자에게 과도한 소송비용이 집중될 수 있다며, 피해자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소송 제기 자체를 포기하지 않도록 비용 구조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는 기업 보호측면에서 제정 방안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까지 판결 효력에 포함하는 미국식 옵트아웃 집단소송에 반대했다. 당사자가 스스로 소송 참여 여부를 정해야 한다는 민사소송 원칙과 충돌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개별 대표당사자가 소송을 주도하는 방식보다, 소비자단체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기관이 먼저 기업의 책임 여부를 확인하고, 이후 개별 피해자의 손해액을 따지는 2단계 집단소송 구조가 더 적합하다고 봤다. 2단계 집단소송은 1단계에서 단체가 기업의 위법성이나 책임 여부를 확인하고, 2단계에서 개별 피해자의 손해액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그는 미국식 디스커버리와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도 소송비용 증가와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산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사무부총장)는 발제자의 의견에 동의 입장을 표명했는데, 집단소송법의 실제 권리구제 수단으로 작동하려면 적용범위와 참여방식, 허가절차, 증거수집, 비용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개인정보·제조물책임·금융소비자·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집단피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적용범위를 넓히고, 옵트아웃 방식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수 피해자에게 판결 효력이 미치는 만큼 소송 내용을 제대로 알리는 실질적 통지와 충실한 허가심사가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증거개시 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병행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증거개시는 기업이 보유한 자료를 소송 과정에서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이며, 징벌적 손해배상은 고의적·반복적 위법행위에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 재발을 막는 제도다. 김 변호사는 실제 대리점·가맹점 피해 사건에서 다수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소송을 이어갈 경우 증거 부족과 비용 부담으로 권리구제가 어려워지는 사례를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이은우 변호사(디지털정의네트워크 자문위원, 법무법인 지향)는 소비자 피해 사건에서는 제품 결함 자료, 개인정보 처리 기록, 내부 의사결정 문서처럼 핵심 증거가 대부분 기업 쪽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가 증거에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특히 소액·다수 피해나 담합·가맹거래 피해처럼 피해자가 거래상 불이익을 우려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피해자에게 직접 참여를 요구하는 옵트인 방식만으로 실효적인 권리구제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기업이 보유한 자료를 소송 과정에서 제출하도록 하는 증거개시 제도, 즉 디스커버리 도입과 자료제출 거부에 대한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집단소송의 구제수단이 손해배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위법행위의 중지, 원상회복, 하자보수처럼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방식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박혜진 법무부 상사법무과 검사는 소급효 인정, 옵트아웃 제도, 소송허가 결정에 대한 불복 절차를 중심으로 의견을 밝혔다. 박 검사는 집단소송법 확대가 새로운 권리를 창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새로운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 시행 전 발생한 사건이라도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거나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부진정 소급입법의 문제로 볼 수 있으며, 피해자들이 적정하게 배상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할 공익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옵트아웃 방식이 다수 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분쟁의 일괄 해결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옵트인 방식은 피해자의 능동적 참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소액·다수 피해 영역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행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상 소송허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로 절차가 지연된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허가 요건 심사를 충실히 하면서도 권리구제가 지체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토론의 핵심은 집단소송법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집단소송법을 만들 것인가였다. 소비자 보호측면에서는 소액·다수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를 위해 옵트아웃 방식, 적용범위 확대, 증거개시와 징벌적 손해배상 등 권리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반면 기업 보호와 절차 안정성 측면에서는 소송 남용과 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허가절차, 불복절차, 소급 적용 범위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정세은 교수(사회대개혁위원회 경제민생분과위원장, 충남대 교수)는 이제는 반복되는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집단소송법 논의가 추상적 도입 필요성을 넘어 실제 작동 가능한 제도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가 조속히 입법 논의를 해줄 것을 촉구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습니다.
Reported by
김홍이/대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