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의 징역 9년 6월 묻지마 선고를 받았던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포토)
<쌍방울 구룹 김성태 회장 포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김성태 술파티'가 열렸던 날로 지목한 지난해 6월 18일 수원지검 인근 한 고깃집에서 결제된 쌍방울 법인카드 액수가 41만 2000원에 달한 것으로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처음 확인했다. 또 6월 15일 수원지검 앞 한 해산물 전문점에서는 39만 8000원 어치 음식값이 결제되기도 했다. 지난해 5~7월 수원지검 인근에서 쌍방울 법인카드로 결제된 규모는 <워치독> 잠정 집계로 91건, 총 259만 690원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29일 수원지검 앞 연어집에서 쌍방울 법인카드로 4만 9000원어치가 사용된 사실이 최근 <오마이뉴스> 보도 등으로 확인된 데 이어, 이 전 부지사가 '술파티'라고 묘사한 것에 부합하는 수십만 원 대 음식값 결제 내역들이 잇따라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워치독>과 만난 한 쌍방울 외주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수원지검에 불려간 쌍방울 외주업체 대표로부터 '수원지검에 갔을 때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화영 전 부지사 보는 앞에서 탕수육과 술로 추정되는 물을 먹고 있는 것을 봤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세 차례에 걸쳐 결제된 한우 전문점
이화영 전 부지사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고법 형사1부에 제출된 '지난해 5~7월 쌍방울과 계열사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워치독>이 입수해 분석한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해 6월 18일 하루에만 41만 2000원어치의 음식값이 수원지검 인근에서 결제됐다. 이날 오후 2시 20분 수원지검 앞 한우전문점에서 13만 5000원어치가 먼저 결제된 뒤 오후 4시 21분 9만 원어치가 추가로, 오후 6시 56분 8만 4000원어치가 추가로 결제됐다.
쌍방울 직원들이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면 한꺼번에 결제를 한 기록이 나와야 자연스러울 텐데, 약 다섯시간에 걸쳐 오후 2시 20분, 오후 4시 21분, 오후 6시 56분 차례대로 총 세차례 결제가 이뤄진 것으로 보아 직원들이 음식을 사서 어딘가로 공수해간 정황으로 해석하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후 수원지검 인근 닭갈비집에서 저녁 7시 58분 4만 8000원어치가, 인근 포장마차집에서 밤 10시 43분 5만 5000원어치가 추가로 결제되기도 했다.
지난해 6월18일은 이화영 전 부지사가 국회에 나와 "수원지검 조사실에서 파티가 열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지목한 날이다. 이 전 부지사는 옥중 비망록에서 이날에 대해 “일요일임에도 박상용 검사가 출석을 요구하여 이OO 변호사 참여 하에 16회 진술조서를 작성하였다. (중략) 쌍방울 직원 2-3인이 검사실 앞 창고 라고 쓰여진 공간에 모여 있었다. 일요일 등 식사를 배달하여 먹어야 할 때에는 쌍방울 직원들이 외부에서 사들고 오는 것 같았다. 육회비빔밥,연어 요리 등을 먹었다. 박상용 검사가 나에게 빨리 협조적으로 진술을 마무리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파티를 한번 하자고 얘기했다”고 적었는데, 이 전 부지사의 기억과 거의 흡사한 쌍방울 법인카드 결제내역으로 볼 수 있다.
순대국, 쌈밥, 해산물 등 수십만 원 결제
6월 18일 외에도 수원지검 인근에서 거액의 음식값 결제가 이뤄진 흔적이 더 있다. 지난해 6월 15일 수원지검 앞 음식점 등에서 하루에만 53만 500원어치의 법인 카드가 사용되기도 했다. 이날 낮 12시 35분 수원지검 앞 순대국밥집에서 5만 3000원이 결제된 뒤, 오후 1시 44분 수원지검 앞 편의점에서 6만 7700원어치 결제됐다. 오후 7시 42분 수원지검 앞 해산물 전문점에서는 무려 39만 8000원어치가 결제됐다. 김성태 전 회장의 오후 2시와 저녁 6시 이후 수원지검 출정과 복귀에 맞추어 이런저런 음식 공수를 준비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지난해 6월9일에는 수원지검 앞 쌈밥집에서 낮 12시 35분 5만 9000원어치가, 수원지검 앞 횟집에서 오후 1시 24분 10만 원어치가 쌍방울 법인카드로 결제된 내역도 눈길을 끈다. 쌍방울 직원들이 수원지검 앞 밥집에서 오후 12시쯤 식사한 뒤 곧장 횟집으로 옮겨 다시 식사했을 가능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오후 2시 김성태 전 회장의 수원지검 출정에 맞추어 음식을 준비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설득력 떨어지는 수원지검의 주장
앞서 지난해 5월 28일 쌍방울 법인카드가 수원지검 앞 연어전문집에서 4만 9100원이 결제된 사실이 <오마이뉴스> 등으로 보도된 바 있다. 그 후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이화영 부지사가 국회에서 '6월18일 또는 19일 연어술파티를 했다고 명확히 증언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5월 29일 연어 술파티 때문에 대북송금 사건이 조작됐다고 우긴다. 이 대표는 회식할 때 8명이서 4만 9000원짜리(한 사람당 6000원 가량) 연어 시켜먹느냐"고 페이스북에 글을 써 이 전 부지사가 제기한 '김성태 술파티' 주장을 반박했다.
1일 수원지검은 입장문에서 "2023년 5월 29일 오후 2시부터 밤 9시 10분까지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 등에 대한 대질조사가 진행됐고, 당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서 아무개, 설주완 변호사가 순차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 전 부지사가 국회에서 주장한 음주시각(오후 6시 30분~7시부터 오후 9시~11시)에는 설 변호사가 참여했다"고 반박했다. 설 변호사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5월 29일 검찰 조사실에서 술자리가 있었던 것을 본 적 없다. 이 전 부지사 쪽은 진실이 뭐든 간에 사법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전부 정치적으로 풀려는 것 같다"며 검찰의 주장을 거들었다.
그러나 ▲6월 15일 수원지검 앞 해산물 전문점 39만8000원 결제 내역과 ▲6월18일 수원지검 앞 고깃집 30만 9000원 어치 결제 내역이 <워치독>의 취재로 더 확인되면서, 주 의원과 설 변호사의 주장보다는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더 신빙성을 얻게 됐다. 특히 설 변호사는 지난해 6월 초 사임서를 냈기 때문에 6월 중순 이후 수원지검 조사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설 변호사가 검찰이 원하는 대로 허위 진술을 설득해 이상했다"고 주장한 바도 있다.
검찰 쌍방울 법카 결제 내역 없다더니…
이 외에도 <워치독>의 분석을 종합하면, '김성태 술파티'가 실재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검찰이 지난 4월 "쌍방울 법인 카드 결제 내역 없다"고 밝힌 것 자체는 사실상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술파티 의혹이 제기 되자 "수원지검은 쌍방울 쪽에 법인카드 내역을 요청해 이 전 부지사 쪽이 연어회를 먹었다고 주장한 시일에 외부 음식 구매 내역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29일, 6월 9일, 6월 15일을 포함해 지난해 7월 21일까지 수원지검 앞 음식점 등에서 결제된 쌍방울 법인카드 내역만 <워치독> 잠정 집계로 91건, 총 259만 690원어치에 달한다. 수원시 팔달구 수원구치소가 아닌 영통구 수원지검 인근에서 대부분 결제가 이뤄졌는데 ▲5월 19일 저녁 6시 4분쯤 수원지검 앞 수제비집에서 7만 9000원 ▲5월 22일 오후 1시 4분 수원지검 앞 굴비집에서 3만 6000원 ▲6월2일 저녁 7시 53분 수원지검 앞 버거집에서 4만 4500원 ▲6월28일 낮 12시 31분 수원지검 앞 돈가스점에서 2만 4400원 ▲7월 3일 오후 5시 5분 수원지검 앞 돈가스점에서 2만 5500원 ▲7월 5일 오후 1시 37분 수원지검 앞 한식집에서 2만 2000원 ▲7월14일 낮 12시 55분 수원지검 앞 추어탕 집에서 3만 9000원, 그 직후인 오후 1시 9분 수원지검 앞 횟집에서 다시 10만 7000원어치를 결제한 내역 등이 확인됐다.
또 쌍방울 직원들이 오전 9시쯤부터 수원지검 앞 커피숍 등에서 대기하다가 저녁쯤 퇴근한 것으로 보이는 결제 내역도 다수 확인되는데 이는 이른바 '진술 세미나' 지원을 위해 직원들이 수원지검 앞에서 살다시피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이다.
"김성태 탕수육, 소주 먹더라" 증언
한편 <워치독>은 수원지검에 불려간 쌍방울 외주업체 대표 ㄱ씨의 측근으로부터 "수원지검 조사실에서 김 전 회장이 음식 먹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4일 <워치독> 인터뷰에 응한 이 측근은 "김성태 전 회장과 오랫동안 함께 일한 외주업체 대표 ㄱ씨가 지난해 수원지검에 다녀온 뒤 '검찰 조사실에서 김 전 회장이 탕수육과 소주 등을 먹는 것을 봤다'고 내게 전했다. 김 전 회장이 직원들에게 '이재명 만세'라고 외친 내부 영상을 찾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전했다"고 주장했다. <워치독>은 ㄱ씨와 이 측근이 쌍방울과 일한 과거의 기록, 김 전 회장 등에 대해 대화한 녹취록 등을 확인했다.
ㄱ씨는 다만 <워치독>에 "참고인 조사차 지난해 검찰에 불려갔고 김 전 회장을 만난 것은 맞지만 김 전 회장이 음식 먹는 것을 본 적은 없다"면서도 "김 전 회장이 '이재명 언급한 영상을 찾으라'고 지시했던 것은 맞다. 검찰이 나쁜 짓 하고 있는 것도 맞다. 그러나 사안이 너무 예민해서 더 자세한 언급은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ㄱ씨의 측근은 "국회에서 나를 증인으로 부르면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라 들은 내용을 사실 그대로 증언하러 가겠다"고 했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허재현·김시몬·김성진·조하준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Reported by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허재재현 기자들
김홍이/대기자
손경락/법률전문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