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이데일리 언론 제공>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주고받은 ‘북한군 폭격’ 문자와 관련해 “러시아가 또 반응하고 있다. 정말 왜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저지르는지 이해하기 참 어렵다"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젊은 해병대원과 이태원의 수많은 젊은이도 지키지 못한 정부가 이역만리에서 벌어지는 전쟁 위기를 우리 한반도까지 끌고 들어오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정부·여당은 가뜩이나 불안한 안보 상황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우려를 잠재우기는커녕 장기판에 말 옮기듯 가벼운 말로 위기를 부추긴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신 실장을 즉각 문책하고 국민의힘은 한 의원 제명이라는 강력한 조치에 참여하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금 한반도는 당장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지금 접경지 주민들은 일상의 위험은 물론이고, 대남확성기 소음 때문에 정신병에 걸릴 정도의 고통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군 출신인 한기호 의원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해 피해를 입히고 이를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고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제안하는 휴대전화 메시지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이데일리'가 포착했다.
한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신 실장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가 담겼다. 한 의원은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라고 보냈다. 이에 신 실장은 “넵, 잘 챙기겠다”라며 “오늘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라고 답했다.
민주당 국방위원들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 이슈를 덮으려고 이제는 '전쟁사주'까지 하는 것이냐?"라며 한 의원과 신 실장의 제명과 해임을 요구했다. 아울러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함께 만든 '신북풍 공작'"이라면서 "한반도에서 상호 보복 전투가 이어지면 안보 위기 사태가 초래될 거"라고 비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쟁을 한낱 게임처럼 생각하는 한기호 의원의 위험한 발상, 신원식 실장의 안일한 인식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라며 "게다가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지원까지 시사했다고 하니 더욱 불안하다. 전쟁이 애들 장난인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혹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는 속내라면, 그야말로 용서받지 못할 만행"이라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도 논평을 통해 "북한이 상응하는 조처를 할 거란 것을 예상 못 하느냐"라며 "남북 갈등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사악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의 지적대로 전날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인천 강화군 지역 주민들이 ‘대남방송’으로 인한 소음으로 피해가 극심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날 북한의 확성기 방송으로 인한 피해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강화 주민 2명이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60년 간 강화에서 살았다는 피해 주민 A씨는 “김포, 연천, 파주는 위험 지역구에 선정됐는데 강화는 빠졌다. 우리 집에서 이북은 1.8㎞인데 왜 위험지구에서 저희 마을이 빠졌는지 너무 이해가 안 된다”라면서 최근엔 방송 소리도 커진 데다가 새벽 3~4시에도 대남방송이 이뤄진다고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어 “소음 전문가를 투입해 주셔서 그분들과 주민들이 같이 어떤 방법이 있을지 (알아보게 해달라)”라며 “보상받는 것은 원치 않는다. 소리를 안 듣고 살고 싶다”라고 부탁했다.
“北 대남방송, 애들이 잠을 못 자요”...국회서 무릎 꿇은 엄마. MBC 화면 갈무리
Reported by
김홍이/대기자
김학민/선임기자
손병걸/정치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