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킴과 발달장애 청년이 함께 만든 ‘경계 없는 예술’
서울 성동구 GG2 갤러리 ‘버려진 것에서 피어난 예술의 꽃…’
버려진 재료 위에 피어난 존중·해방·상상력의 순간들
핑거페인팅 아티스트, 구구문화진흥원 원장 구구킴
버려진 골판지 위에서 피어난 것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었다. 그것은 존중, 해방, 상상력 그리고 함께하는 예술의 힘이었다.
서울 성동구 GG2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버려진 것에서 피어난 예술의 꽃’은 한국장애문화예술인협회(대표 김향순)가 주최, GG2갤러리가 주관, 구구문화진흥원과 구구걸스(주)가 협력한 프로젝트다. 특히 한국장애문화예술인협회 반고흐의제자들은 발달장애 청년 작가들을 지도해 온 김경숙 지도자의 참여가 더해져 전시는 더욱 따뜻하고 단단한 의미를 갖게 했다.
이는 단순한 예술 전시가 아니라, ‘버려진 것’과 ‘사람들’의 경계를 예술로 잇는 특별한 장이었다.
전시 오프닝에서는 발달장애 청년 신준서의 피아노 연주가 가장 먼저 공간의 온도를 바꿔놓았다. 이어 테너 김형찬의 깊은 울림이 더해졌고, 비장애인 아티스트 황찬미가 함께 무대를 꾸미며 장애와 비장애가 자연스럽게 어울린, 전시의 메시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 시작을 완성했다.
바닥에 앉아 ‘동료’가 된 구구 킴
“그냥 해도 돼. 예술에 이유는 없어”
현장의 중심에는 대중예술계에서 이미 두터운 팬층을 가진 구구 킴(Goo Goo Kim) 작가가 있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스타’가 아니라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진짜 동료였다. 작가는 바닥에 털썩 내려앉아 아이들과 같은 시선에서 말 그대로 ‘낙서하듯, 이야기하듯’ 그림을 그려나갔다.
“이거 해도 돼요?”
한 청소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구구 킴 작가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냥 해도 돼. 예술에 이유는 없어!” 그 한마디는 그 공간을 가득 메운 허용의 선언이었고, 불안해하던 아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풀어주는 따뜻한 주문이었다.
바닥에 펼쳐진 합지와 폐골판지는 어느새 ‘제각각의 캔버스’가 됐다. 형식도 규칙도 없었다.
정해진 답도, 평가도 없었다. 아이들의 손끝에서 튀어나온 색들은 마치 겨울 끝자락을 비집고 올라오는 봄꽃처럼 생기와 자유로움으로 화면을 채웠다.
누군가는 조용히 색을 칠했고, 누군가는 과감하게 선을 흔들었다. 구구 킴은 아이 옆에 자연스럽게 앉아 “완벽할 필요 없어. 장난처럼 해봐”라며 기교 없는 말투로 용기를 건넸다.
그 격려 한 마디에 아이들의 굳어 있던 손은 풀렸고, 색이 섞이고, 선이 흔들리고, 상상력이 넓게 꽃처럼 퍼져 나갔다.
“대상 아닌 동료”… 예술은 경계를 지우고 사람을 잇다
현장을 지켜본 한 관람객은 말했다. “구구 킴 작가가 아이들을 ‘예술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창작의 동료’로 대한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 따뜻함이 마치 봄 햇살 같았습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그림 작업이 아니라 장애와 비장애, 전문가와 아마추어, 성인과 청소년
그 어떤 경계도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험을 선사했다. 구구 킴의 작업 세계가 늘 그랬듯, 그는 버려진 것들에서 출발해 그 안에 숨어 있던 존중·생명력·관계의 에너지를 꺼내 보였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들의 손길과 작가의 호흡이 깃든 공동 작업물은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많은 관객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겼다.
한국장애문화예술인협회 김향순 회장과 구구킴 작가
“버려진 것에서 피어난 예술의 꽃”, 12월 6일까지 전시 이어져
전시는 15~16일 양일간에 걸쳐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현장에서 제작된 골판지 작품은 12월 6일까지 GG2 갤러리에서 계속 전시될 예정이다.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던 버려진 골판지들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작가의 따뜻한 안내 속에서 겨울이 오기 전, 먼저 봄을 맞이하고 있다.
예술이 무엇인지, 예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 전시는 그 질문에 조용하지만 확실한 답을 건넨다.
김학민문화예술환경기자 / 김홍이대기자





